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반쪽의 땅이다. 대파국 이후 우리는 이 어둡고 척박한 곳으로 내던져졌고,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춥고 어두운 불모의 땅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었다. 스스로의 모습을 바꿔 가면서까지 힘겹게 살아남았지만 우리를 기다린 것은 또 다른 시련과 위협이었다.
포용과 용서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. 그 옛날 우리가 포용을 선택하지 않고 결사항전을 택했더라면 아트레이아가 두 쪽이 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. 이제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. 반쪽이 된 삶의 터전이라도 지키려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.
내 이름은 키르히네. 대파국 이전부터 싸워 온 데바이다. 용족과의 싸움을, 대파국을, 천족과의 전쟁의 시작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에 나는 우리 마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,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안다. 대파국의 화를 불러온 천족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. 마계와 천계가 병존할 수 없음을 알았으니 이제 그들은 그들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.
오늘날의 데바들은 과거의 비극을 모른다. 오드가 고갈되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피상적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한다. 마족이 얼마나 큰 위험과 맞서 있는가를 인식하려면 과거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. 그리고 진정한 마족의 데바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워야 한다.













